다시 정리하는 ‘비율’ — Volek·Phinney의 출발선
저탄고지(LCHF)와 키토제닉 식이의 왜는 이미 nutrition-001에서 살폈습니다. 이 글은 무엇을에 관한 것입니다. 출발점은 운동생리학자 Jeff Volek와 의사 Stephen Phinney가 2011년 The Art and Science of Low Carbohydrate Living 에서 제시한 매크로 비율입니다.
- 엄격 키토(strict ketogenic): 탄수화물 5
10%(보통 하루 50g 미만, 강한 케토시스를 원하면 20g 미만), 지방 7075%, 단백질 20~25%. - 수정 앳킨스(Modified Atkins): 순탄수(net carbs) 20g 이하, 단백질·지방은 비교적 자유.
- 자유로운 저탄수(liberal low-carb): 탄수 50~100g/일. 케토시스는 약하지만 인슐린·중성지방·체중에 도움.
‘순탄수(net carbs)’ 개념도 짚고 가야 합니다. 총 탄수화물에서 식이섬유와 대부분의 당알코올을 뺀 값으로, 키토 식품 라벨에서 흔히 사용됩니다. 다만 미국 FDA는 ‘net carbs’ 라는 표시를 공식 인정하지 않으며 — 일부 당알코올(말티톨 등)은 실제 혈당을 올립니다. 라벨을 ‘마케팅’ 그 이상으로 신뢰하지 마세요.
먹어도 되는 것 — ‘진짜 음식’ 다섯 그룹
키토 식단의 70% 이상은 ‘지방’입니다. 그러나 ‘지방이라면 다 좋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지방.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아보카도(반 개에 순탄수 2g), 버터·기(ghee), 코코넛 오일과 그 정제 형태인 MCT 오일(카프릴산 C8 위주의 제품일수록 케톤 전환이 빠릅니다). 마가린·해바라기·옥수수·콩기름 등 정제 식물성 기름은 산화·염증 우려로 다수 키토 임상의가 피하라고 권합니다.
동물성 단백질. 계란(Whitaker 1996 이후 메타 분석은 ‘건강한 성인의 계란 섭취와 심혈관 사망률 간 유의한 연관 없음’을 반복해 보여줍니다 —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는 예외), 지방 많은 생선(연어·고등어·정어리 — 오메가-3 풍부), 풀 먹인 소고기, 닭다리살, 한국 식탁의 단골인 삼겹살·항정살. 가공육(베이컨·소시지)은 가능하지만 질산염·소금에 주의.
저탄수 채소. 잎채소(시금치·상추·로메인·케일), 십자화과(브로콜리·콜리플라워·양배추), 애호박·아스파라거스·피망·오이·콩나물. 한국의 ‘나물’ 문화는 의외로 키토 친화적입니다 — 단, ‘설탕·물엿·매실청’이 안 들어간 무침이어야 합니다.
견과와 씨앗. 마카다미아(가장 탄수 적음), 피칸·호두·아몬드·헤이즐넛, 치아·아마씨·해바라기씨. 캐슈는 탄수가 상대적으로 많아 소량만. 한국에서 ‘견과 한 봉’ 간식 트렌드는 키토와 잘 맞지만, 꿀·요거트가 들어간 ‘허니버터’ 류는 제외.
유제품(잘 맞으면)과 베리. 경성치즈(파마산·체다·고다), 헤비 크림, 무가당 풀팻 그릭 요거트, 버터. 락토즈 불내성이 흔한 한국인은 본인 반응을 확인하세요. 베리류는 ‘한 줌’ 단위로 — 블루베리 1/4컵, 딸기 5~6알 정도가 적당합니다.
피해야 할 것 — 한 줄로 ‘쌀·빵·면·당’
곡물 전반(쌀·잡곡·빵·국수·파스타·오트밀·시리얼), 전분 채소(감자·고구마·옥수수·연근·당근 다량), 모든 첨가당(설탕·꿀·시럽·아가베·과일주스), 대부분의 과일(바나나·망고·포도·감·복숭아). 콩류(검은콩·렌즈콩 등)는 의견이 갈립니다 — 엄격 키토에선 제외, 자유로운 저탄수에선 소량 허용.
그리고 가장 흔히 놓치는 것: 마트의 ‘키토 스낵’. 저탄수 빵·쿠키·초콜릿 다수가 말티톨·이소말트 같은 혈당을 올리는 당알코올, 또는 정제 식물성 기름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저탄수’ 라벨이 ‘건강’ 라벨이 아님을 기억하세요.
한눈에 보는 키토 식품 카드
| 식품 그룹 | 먹어도 되는 것 | 피해야 할 것 | 한국 식탁 예시 |
|---|---|---|---|
| 지방 | 올리브유·아보카도·버터·기·MCT·코코넛유 | 정제 식물성 기름(콩·옥수수·해바라기), 트랜스지방, 마가린 | 들기름·참기름 OK(과열 X), 부침용 콩기름은 줄이기 |
| 단백질 | 계란·연어·고등어·소·돼지·닭다리·새우·오징어 | 가공 햄·설탕 입힌 양념육·생선가스 빵가루 | 삼겹살·소고기구이·계란찜 OK / 양념갈비·돈가스·어묵 X |
| 채소 | 시금치·상추·브로콜리·콜리플라워·애호박·콩나물 | 감자·고구마·옥수수·당근(다량)·단호박 | 시금치나물·콩나물무침·미역·다시마 OK(설탕 X) |
| 견과·씨앗 | 마카다미아·피칸·호두·아몬드·치아·아마 | 캐슈(다량)·꿀버터 견과·설탕 코팅 | 무가당 견과믹스 한 줌 / ‘허니버터’ 시리즈 X |
| 과일·당 | 블루베리·딸기·라즈베리(소량)·아보카도·라임 | 바나나·포도·망고·감·꿀·물엿·과일주스 | 후식 베리 5~6알 / 식혜·수정과·과일청 X |
| 유제품 | 경성치즈·헤비크림·무가당 그릭요거트·버터 | 가당 요거트·연유·아이스크림·우유(다량) | 치즈 한 조각 / 가공 치즈 슬라이스는 가급적 줄이기 |
| 음료 | 물·블랙커피·차·탄산수·뼈국물 | 청량음료·과일주스·이온음료·가당 라떼 | 사골국·미역국(설탕 X) OK / 식혜·매실차·콜라 X |
한식의 진짜 함정 — ‘양념에 숨은 탄수’
한식이 키토와 부딪치는 지점은 단순히 ‘쌀’만이 아닙니다. 양념이 더 큰 문제입니다.
- 고추장: 보통 14
25% 가량이 당(쌀·물엿)입니다. 1큰술에 순탄수 710g. - 간장: 그 자체는 탄수 거의 없으나, 시판 ‘맛간장’·‘조림간장’은 설탕 첨가가 흔합니다. 라벨 확인 필수.
- 물엿·올리고당·매실청: 한식 단맛의 핵심. 거의 모든 ‘조림·볶음·무침’에 들어갑니다.
- 떡볶이 소스·불고기 양념·갈비 양념: 절반 이상이 당. 키토에서는 모두 제외 대상.
실용 팁: ‘무침’ 종류는 집에서 직접 만들 때 설탕·물엿을 빼고 들기름·참기름·마늘·고춧가루·소금만 쓰면 키토 호환이 됩니다. 외식에서는 ‘양념’ 글자가 붙은 메뉴는 일단 의심부터.
한식 키토 외식 매뉴얼
다행히 한식엔 ‘기본적으로 키토에 가까운’ 메뉴가 꽤 있습니다.
- 삼겹살·소고기 구이: 쌀밥·냉면 사리만 빼면 ‘완벽한 키토 식사’입니다. 상추·깻잎 쌈, 마늘, 김치, 쌈장 대신 소금·참기름장. 한국에서 가장 접근성 좋은 키토 외식.
- 회·사시미·물회(없이): 흰살·연어·참치회는 거의 100% 단백질·지방. 단, 초장·매운탕 양념 주의.
- 미역국·콩나물국·시래기된장국: 설탕만 안 들어가면 OK. 다만 식당 미역국엔 의외로 설탕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어 한 번 물어보는 게 안전합니다.
- 계란찜·두부김치·두부조림(무설탕): 분식·한정식 메뉴 중 비교적 안전.
- 만두: 만두피가 곡물 가루입니다. 키토에선 ‘만두소만’ — 현실적으로 어렵죠. 외식 메뉴에서는 제외하는 게 깔끔합니다.
- 국밥류·죽·면류·떡볶이·김밥: 모두 제외.
2018년 출간된 이형우 키토제닉 다이어트가 한국에서 ‘쌀 없이 한식 먹는 법’에 관한 실용 매뉴얼로 자주 인용됩니다. 단, 책의 일부 의학적 주장(전 인구에 권장 등)은 본 글에서 다루는 임상 근거와 결이 다릅니다 — 식단 ‘레시피 참고서’ 정도로 활용하길 권합니다.
케토 플루와 흔한 함정들
시작 1~2주차에 두통·피로·근육경련·짜증·집중력 저하가 흔합니다. 이른바 ‘케토 플루(keto flu)’. Phinney의 임상 노트는 일관되게 ‘전해질 부족’을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인슐린이 떨어지면 신장이 나트륨을 더 많이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 나트륨: 하루 3
5g 추가(소금 1.52티스푼) — 사골국·미역국·소금간 견과가 편한 한국적 해법. - 칼륨: 시금치·아보카도·연어·버섯.
- 마그네슘: 호박씨·시금치·아몬드, 또는 보충제 200~400mg.
그 외 자주 보는 함정:
- 단백질 과잉: 일부에서 ‘과도한 단백질이 포도당신생합성(gluconeogenesis)으로 케토시스를 깬다’고 단정합니다. Manninen 2004 등은 ‘포도당신생합성은 수요 주도형이며, 단백질이 직선적으로 케토시스를 깨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즉 ‘단백질 두려워하지 말 것, 다만 무한정 먹지도 말 것’.
- 섬유 부족 → 변비: 잎채소·치아씨·아마씨 늘리기.
- 미세영양소 결핍: 장기 키토 시 비타민 C·B군·셀레늄·칼슘 모니터링 권장.
- 숨은 외식 탄수: 위 ‘양념’ 섹션 참조.
케톤 측정과 ‘적응 기간’
실제 케토시스 진입은 보통 2~4주 걸립니다(Volek·Phinney). 측정 방법:
- 소변 스트립(케토스틱): 저렴하지만, 적응이 진행되면 케톤이 소변보다 혈액에 머물러 ‘위음성’이 잦아집니다. 초반 1~2주만 유용.
- 혈중 케톤 측정기: 가장 정확. 0.5~3.0 mmol/L 가 ‘영양적 케토시스(nutritional ketosis)’ 범위. 스트립이 비싸 매일 측정은 부담.
- 호흡 아세톤 측정기(Ketonix 등): 비침습적, 비용 일회성. 정확도는 혈액보다 낮음.
측정에 강박을 갖지 마세요. 체중·허리둘레·공복혈당·중성지방/HDL 비율이 더 중요한 장기 지표입니다.
안전 — 누가 키토를 하면 안 되는가
과학적 근거가 있는 ‘다이어트’도 만인용은 아닙니다. 다음 경우 키토는 권장되지 않거나, 최소한 의료진 감독이 필수입니다.
- 1형 당뇨: 적절한 인슐린 조정 없는 자율 키토는 당뇨병성 케토산증(DKA) 위험. 반드시 내분비내과 동행.
- 임신·수유: 안전성 데이터 부족. 일반 권고는 ‘하지 말 것’.
- 섭식장애 과거력: ‘먹어도 되는 것’ 의 엄격한 규칙이 재발 트리거가 될 수 있음.
- 담낭 절제 후·담낭 기능 저하: 다량 지방 소화 어려움. MCT 위주로 조정 필요.
- 특정 약물 복용 중: SGLT-2 억제제(케토산증 위험 증가), 일부 항경련제·이뇨제는 조정 필요.
- 장기 LDL 콜레스테롤 우려: Banach 2019 등은 ‘저탄수 식이가 단기엔 체중·중성지방·HDL 개선에 효과적이지만, 일부에서 LDL이 크게 상승하며 그 장기 심혈관 영향은 아직 결론적이지 않다’고 정리합니다. 특히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기존 심혈관질환자는 정기 지질검사를 거르지 마세요.
결론 — ‘제거’보다 ‘대체’
키토 식단을 ‘무엇을 빼는가’의 게임으로 시작하면 오래 못 갑니다. **‘쌀 → 콜리플라워 라이스’, ‘떡볶이 → 두부김치’, ‘과일주스 → 베리 한 줌’**처럼 대체의 어휘로 접근하세요. 한국에서 키토는 분명 외식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삼겹살·미역국·계란찜·시금치나물처럼 ‘이미 키토에 가까운’ 한식이 의외로 많습니다. 이 가이드는 식탁의 ‘번역기’입니다 — 과학(nutrition-001)을 이미 보셨다면, 이제 장바구니에 적용할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