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단백질의 진짜 점수: 콩·완두 분리 단백·DIAAS의 과학

비건 단백질의 진짜 점수: 콩·완두 분리 단백·DIAAS의 과학

‘식물 단백질은 불완전하다’는 통념은 1970년대의 오해입니다. 1994년 Young과 Pellett은 ‘매 끼니 보완’ 강박을 폐기했고, FAO의 DIAAS(2013)는 콩 분리 단백을 0.91, 완두 단백을 0.82로 평가합니다. Hevia-Larraín 2021 RCT는 훈련된 남성이 콩 단백만으로도 유청과 동등한 근비대를 달성함을 보였습니다. 두부·템페·렌틸·완두 분리 단백까지, 비건 단백질 공급원의 과학과 실전을 정리합니다.

한눈에 보기

DIAAS: 콩 분리 단백 0.91, 완두 0.82, 귀리 0.67, 쌀 0.59, 콩류 0.50~0.65(Mathai 2017). ‘매 끼니 보완’ 신화는 1994년 폐기(Young & Pellett). Hevia-Larraín 2021 RCT: 콩 단백만으로 유청과 동등한 근비대. 활동량 많은 성인은 1.2~1.6 g/kg/일, 3~4끼 분산. 한국엔 두부·청국장·된장·풀무원 식물성 고기 등 풍부한 자원.

‘불완전 단백질’이라는 끈질긴 오해

1971년 프랜시스 무어 라페의 베스트셀러 작은 행성을 위한 식사는 ‘식물 단백질은 불완전하니 매 끼니 곡물과 콩을 함께 먹어야 한다’는 ‘단백질 보완설(protein combining)’을 대중화했습니다. 라페는 훗날 자신의 책 개정판에서 그 주장을 철회했지만, 신화는 50년이 지난 지금도 살아 있습니다.

1994년 MIT의 빈센트 영(Vincent Young)과 피터 펠릿(Peter Pellett)은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서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인간은 간과 장에 ‘아미노산 풀(amino acid pool)’을 가지며, 한 끼 안에서 모든 필수 아미노산을 갖출 필요가 없다는 것. 하루 동안 다양한 식물 식품을 먹으면 풀이 채워집니다. WHO/FAO/UNU의 2007년 합동 보고서, 미국영양사협회(Academy of Nutrition and Dietetics)의 2016년 공식 입장 모두 같은 결론입니다 — ‘잘 계획된 비건 식단은 모든 생애주기에 적합하다.’

DIAAS — 식물 단백질의 ‘진짜 점수표’

과거 단백질 품질의 표준은 PDCAAS(Protein Digestibility-Corrected Amino Acid Score)였습니다. 그러나 PDCAAS는 1.0에서 천장이 잘려 ‘콩과 우유가 똑같이 1.0’이라는 비현실적 결과를 냈습니다. 2013년 FAO는 이를 DIAAS(Digestible Indispensable Amino Acid Score) 로 대체했습니다. 회장(回腸) 끝까지의 실제 흡수율을 측정하고, 1.0 이상도 허용합니다.

Mathai 2017과 Phillips 2017이 정리한 주요 식물 단백질의 DIAAS:

  • 콩 분리 단백(soy isolate): 0.91 ~ 1.0 — 식물 중 최고
  • 완두 분리 단백(pea isolate): 0.82 — 라이신 풍부
  • 귀리(oats): 0.67
  • 쌀(brown rice): 0.59 — 라이신 제한
  • 콩류(렌틸·검정콩·병아리콩): 0.50 ~ 0.65 — 메티오닌 제한
  • 밀(글루텐, wheat/seitan): 0.45 — 라이신 결핍

참고로 우유 단백은 1.18, 계란은 1.13, 소고기는 1.10입니다. ‘콩이 우유보다 5% 낮은 것’이지, ‘반토막’이 아닙니다.

낮은 점수의 식품도 ‘보완 짝(complementary pairs)’으로 점수가 회복됩니다. 콩(메티오닌 부족) + 곡물(라이신 부족)은 서로의 결점을 메웁니다. 멕시코의 콩+쌀, 중동의 후무스(병아리콩+참깨), 인도의 달+로티, 동아시아의 두부+밥 — 인류는 수천 년간 ‘DIAAS를 모르고’ DIAAS 점수표를 따라 먹어왔습니다.

식물 단백질 식품 ‘점수표’

식품 단백질(100g) DIAAS 한 끼 예시
두부(firm) 8 g 0.52 두부조림 1접시(150g) ≈ 12 g
템페(tempeh) 18~20 g 0.67 템페 스테이크 100g ≈ 19 g
에다마메(풋콩) 11 g 0.91 한 컵 ≈ 17 g
렌틸콩(익힌 것) 9 g 0.52 렌틸 카레 1그릇(200g) ≈ 18 g
병아리콩(익힌 것) 9 g 0.65 후무스 4큰술 ≈ 8 g
검정콩(익힌 것) 9 g 0.59 콩밥 1공기 추가 콩 ≈ 8 g
퀴노아 4.4 g 0.85 퀴노아 샐러드 1그릇 ≈ 8 g
완두 분리 단백 80~85 g 0.82 셰이크 1스쿱 30g ≈ 24 g
시잇탄(밀 단백) 25 g 0.45 시잇탄 100g ≈ 25 g(라이신 부족, 콩과 조합)
햄프시드 33 g 0.66 30g ≈ 10 g
치아시드 17 g 0.40 30g ≈ 5 g

비건도 근육을 키운다 — Hevia-Larraín 2021 RCT

‘비건은 근육 못 키운다’는 통념은 2021년 Sports Medicine RCT로 무너졌습니다. 브라질 상파울루대 Hevia-Larraín 연구팀은 저항운동 경험이 있는 남성 38명을 ① 콩 단백 보충 잡식, ② 콩 단백 보충 비건 두 군으로 12주 무작위 배정했습니다. 두 군 모두 체중 1.6 g/kg/일 단백질을 섭취했고, 동일한 저항운동 프로그램을 따랐습니다.

결과: 대퇴사두근 단면적·근력·근비대 — 모든 지표에서 두 군 간 차이 없음. 적절한 총량과 분배만 맞추면 ‘식물 단백질만으로’ 훈련된 남성이 잡식과 동등하게 근성장한다는 첫 RCT 증거였습니다.

Van Vliet 2015 리뷰는 동일 ‘1회분’에서는 유청이 콩보다 근단백질 합성(MPS)을 강하게 자극한다고 보고했지만, Pinckaers 2024 메타분석은 ‘적절한 식물 단백질 블렌드(콩+완두, 완두+쌀 등)는 충분한 용량에서 동물 단백과 동등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핵심은 ‘1회 2040g + 류신 2.53g 이상’ 의 역치를 충족하는 것 — 동물이냐 식물이냐보다 ‘충분히 먹었는가’입니다.

보충제 — 언제, 무엇을

비건 단백질 보충은 ‘필수’가 아니라 ‘편의’입니다. 자연식만으로 1.2~1.6 g/kg/일을 채울 수 있다면 굳이 분말이 필요 없습니다. 단, 다음 상황엔 유용합니다:

  • 체중 1.6 g/kg 이상이 필요한 운동선수 — 자연식만으론 칼로리 과잉이 됨
  • 노인의 단백질 흡수 저항(anabolic resistance) — 1회분 농축 필요
  • 수술·외상 회복 — 단기적 고용량 요구
  • 바쁜 출퇴근·외식이 잦은 일상

선택지:

  • 콩 분리 단백(soy protein isolate): 단백질 함량 90%, DIAAS 1.0 근접, 가성비 최강.
  • 완두 분리 단백(pea isolate): 라이신·아르기닌·BCAA 풍부, 알레르겐 적음.
  • 완두+쌀 블렌드: 메티오닌(쌀)과 라이신(완두) 보완, 유청에 가장 근접.
  • 햄프 단백: 단백질 농도 낮지만(50%) 오메가-3 동반.
  • 피해야 할 것: ‘단백질 음료’ 중 당분 20g 이상 — 회복용이 아니라 디저트.

한국식 식단 — 이미 잘 되어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비건 단백질이 가장 풍부한 식문화 중 하나입니다. 사실 한식의 단백질 골격은 동물이 아니라 콩이었습니다.

  • 두부·연두부·순두부: 매 끼 가장 쉽게 12~20g 추가.
  • 청국장(cheonggukjang)·낫토: 발효 콩, 비타민 K2와 살아있는 균. 단백질 흡수율도 발효로 향상.
  • 된장·간장: 발효 콩 양념 — 풍미와 함께 미량 단백질·이소플라본.
  • 콩나물·콩비지: 가성비 단백질의 정점, 콩나물국밥 한 그릇 ≈ 10g.
  • 메주·재래된장: DIAAS 측정은 안 됐지만 발효로 아미노산 가용성 ↑.
  • 사찰음식: 한국 1700년 비건 전통. 두부·콩·들깨·잣·견과의 정교한 단백질 조합.
  • 식물성 가공육: 풀무원 ‘지구식단’, 자연채에 ‘식물성 만두’, LG생활건강의 식물성 음료 — 2020년대 이후 급성장. 가공도가 높으니 ‘하루 1회분’ 정도가 적절.

‘비건 = 샐러드만’이라는 인식이 가장 큰 오해입니다. 현미밥 + 청국장 + 두부조림 + 콩나물국 + 견과 한 줌은 한 끼에 단백질 30g을 넘기는 한국식 표준 비건 식단입니다.

특수 인구 집단

소아청소년: 대한소아과학회의 이은영(2019) 검토는 ‘잘 계획된 비건 식단은 영유아·소아에서도 적합하나, B12·철·아연·오메가-3·비타민 D 모니터링 필수’라고 결론. 부모의 영양 지식이 핵심 변수.

임신·수유: 단백질 요구 1.1 g/kg/일 + 25g/일(임신 후반). B12 결핍은 신생아 신경 발달에 회복불능 손상 가능 — 반드시 보충.

노인: ‘동화 저항(anabolic resistance)’으로 1회분에서 류신 역치가 높아집니다. 노인은 1.01.2 g/kg/일 이상, 1끼 2530g 단백질, 가능하면 콩 분리 단백·완두+쌀 블렌드 활용 권장.

운동선수: 총량(1.6~2.2 g/kg/일)이 핵심. 비건이라도 충족하면 동등(Hevia-Larraín 2021). 다만 자연식만으론 칼로리 부담 — 분말의 합리적 활용.

결론: ‘완전성’이 아니라 ‘총량과 분산’

식물 단백질 논쟁의 50년은 결국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한 끼의 완전성’이 아니라 ‘하루의 총량과 4끼 분산’이다. 1994년 Young & Pellett의 발견, 2013년 FAO의 DIAAS, 2021년 Hevia-Larraín의 RCT는 같은 결론을 가리킵니다 — 식물 단백질은 충분하고, 충분히 먹기만 하면 됩니다.

오늘 저녁 식탁 위 두부 한 모, 청국장 한 그릇, 콩밥 한 공기를 다시 보세요. 그것은 ‘단백질 부족’의 위협이 아니라, 1700년간 다듬어진 한국식 DIAAS 처방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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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비건도 정말 근육을 키울 수 있나요?

예. Hevia-Larraín 2021 RCT(브라질 상파울루대, *Sports Medicine*)는 저항운동 경험자 38명을 12주간 비건군과 잡식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동일한 단백질량(1.6 g/kg/일)을 섭취시킨 결과, 근육 단면적·근력·근비대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음을 보였습니다. 핵심은 ‘동물 vs 식물’이 아니라 ‘충분한 총량 + 4끼 분산 + 1회 20~40g + 류신 2.5~3g 이상’입니다. 비건 보디빌더, 크로스핏 선수, 마라토너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단백질 분말을 꼭 먹어야 하나요?

아니요. 자연식만으로 1.2~1.6 g/kg/일을 채울 수 있다면 분말은 필요 없습니다. 두부 한 모(약 25g 단백질), 렌틸 1컵(18g), 콩밥 1공기(8g) 정도면 한 끼에 30g도 어렵지 않습니다. 분말이 필요한 경우는 ① 운동선수(1.6 g/kg 이상), ② 노인의 1회 분량 농축, ③ 수술·외상 회복, ④ 출퇴근·외식 잦은 일상입니다. 선택할 땐 콩 분리 단백(가성비), 완두+쌀 블렌드(유청에 가장 근접), 당분 20g 미만을 권합니다.

한국 식단에서 비건 단백질을 어떻게 챙기나요?

한식은 이미 비건 단백질의 보고입니다. **한 끼 표준 예시**: 현미밥(콩 섞으면 +8g), 청국장찌개 1그릇(두부 포함 18g), 콩나물무침(4g), 견과 한 줌(5g) — 총 ≈ 35g. 두부조림·순두부찌개·콩비지찌개·콩국수·시래기된장국·콩나물국밥은 모두 1회 12~20g 단백질을 제공합니다. 외식 시엔 비빔밥(달걀 제외 + 콩 추가), 사찰음식, 채식 김밥(두부 추가)을 활용하세요. 풀무원 ‘지구식단’ 등 식물성 가공육은 편의용이지만 가공도가 높으니 매일은 피합니다.

비건이면 B12는 어떻게 보충해야 하나요?

B12는 식물에 사실상 없으므로 비건은 ‘반드시’ 보충해야 합니다. 옵션: ① 시아노코발라민 1000~2500μg 주 2~3회, ② 100μg 매일, ③ 강화 식품(영양 효모, 일부 두유) 매일. 김치·된장 등 발효식품 속 B12는 양·생체이용률이 일정치 않아 신뢰할 수 없습니다(Watanabe 2014). 결핍 증상은 피로·말초신경병증·기억력 저하인데, 임신·수유부에서는 신생아 신경 발달에 회복불능 손상이 가능하므로 절대 미루지 마세요. 매년 혈청 B12 + MMA(메틸말론산) 검사를 권장합니다.

콩 단백질이 호르몬에 영향을 준다는데 사실인가요?

통념이 과장됐습니다. Messina 2010 메타분석(15 RCT, 32 통제 연구)은 남성에서 콩 단백·이소플라본이 테스토스테론·에스트로겐 수치에 유의한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일본·한국의 평균 콩 섭취량(하루 25~50mg 이소플라본)은 수십 년간 인구 차원에서 안전성이 입증됐습니다. 다만 콩 분리 단백 보충제로 하루 100mg 이상 이소플라본을 장기 섭취하는 경우 갑상선 기능 저하 환자에선 흡수 영향 가능성이 있어 약 복용 후 4시간 간격 권장. 일반인의 두부·청국장·콩국 섭취는 호르몬 우려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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